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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경험과 한국 근현대사 , 세계화 시대의 식민지시기

by 다희올린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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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1. 왜 '식민지 시기'인가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였다. 식민지 시기가 어느 날 갑자기 불어왔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식민지시기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옷감을 짜는데 날줄 혹은 씨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국이 식민지였을 당시 세계의 대부분이 그와 유사한 처지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식민지 경험도 대다수의 세계인과 공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식민지시기에 관한 연구는 한국의 근대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근대사,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양자의 현대사를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역사학은 세계 역사학의 흐름에 맞추어 식민지시기의 성격에 대해 여러 가지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연구자에 따라 입론의 주지는 '식민지적 근대성론', '식민지 근대화론', '탈근대론', '탈식민주의론' 등으로 각양각색이지만, 일본의 식민지지배를 '근대성' 이라는 시각에 입각하여 새롭게 조명해보려고 하는 문제의식에서는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역사학계에서 식민지시기를 '근대성' 이라는 키워드로써 조망하는 것은 2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한국사의 정체성과 타율성을 강조한 식민주의사관을 극복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당시의 한국사학계에서 식민지시기에 대해 '근대성' 을 운위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식민지시기의 연구는 한국의 발전에 대한 일본의 왜곡, 한국의 저항에 대한 일본의 탄압 등을 서로 대립시켜 파악하는 것이 주류이었다. 1980년대 말까지 한국사학계를 풍미한 민족주의 역사학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이런 방식의 연구를 한껏 부추겼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미소냉전의 종언이라는 세계사의 전환을 배경으로 하여 식민지시기에 대한 한국사학계의 연구경향은 급격히 변화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물론이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각종 포스트주의와 문화이론이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연구자들의 담론도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창한 고담준론에서 마을과 개인이라는 미세한 신변잡설로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식민지시기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를 여러 각도에서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에서 백가쟁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식민지시기 연구를 '근대성' 이라는 몇 가지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 논의를 좀더 심화시키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화제는 주로 식민지 근대를 둘러싼 몇 가지 담론의 주지, 한국 근현대사에서 식민지시기가 차지하는 위치, 식민지 근대의 세계사적 보편성과 한국사적 특수어 등이 될 것이다.

 

2. 세계화 시대에 식민지시기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국제화,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를 감싸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하나의 화두에 불과했던 이 말이 이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규제할 정도로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이런 현상의 본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교통통신과 국제교류의 발달로 인해 지구상의 정보, 물자, 자본, 인간, 문화 등이 실시간대로 유통되어 국가, 민족, 지역의 장벽이 그만큼 낮아진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촌의 출현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인간의 역사관, 세계관에도 큰 변화를 촉구하는 요소이다.

 

한국의 식민지시기 연구는 중요한다. 이 시기의 연구를 통해, 한국은 왜 제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식민지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해방 이후 어떤 사회로 바뀌었는가? 등의 물음에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한국사학계에서 식민지 근대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성은 역사의 여러 요소가 구체적 관계 속에서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중층적, 복합적 성격의 현상이지만, 근대성 그 자체는 일단 자기 해방의 힘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식민지에서 근대성은 거꾸로 통제와 억압의 힘으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그것의 이중적 성격도 인정해야 한다.

 

한편, 서양의 근대는 본질적으로 신민주의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식민지 근대성 속에는 서구적 의미에서의 보편성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식민지 근대성과 탈근대성 또는 탈식민주의를 논하는 것은 한국과 서구의 연결고리를 구명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식민지시기에 대한 연구는 한국사와 세계사의 유기적 관련 속에서 그 성격을 비교 검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식민지시기 연구가 한국과 세계의 근현대사상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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